
쾅—!
도박장 전체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두꺼운 철판을 덧댄 벽이, 노크 같은? 주먹 한 방에 소용돌이처럼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었다.
튕겨 나간 볼트 하나가 데구루루 바닥을 굴러 은하의 발끝에서 멈췄다.
방금까지 고함을 지르던 사내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은하의 손목을 쥐고 있던 손도 저절로 풀렸다.
벽 앞에는 검은 후드를 푹 눌러 쓴 여자애 하나가 서 있었다.
머리에는 고양이 모양 핀.
겁에 질린 건지 졸린 건지 알 수 없는 눈.
은하는 그 애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
30분 전.
"풀하우스."
은하가 카드를 펼치자 테이블이 조용해졌다.
벌써 여덟 판째였다.
딜러의 이마에 땀이 맺혔고, 맞은편 남자는 시가를 씹다 말고 굳어 버렸다.
은하 앞에 쌓인 칩은 이제 두 팔로 끌어안기도 힘들 만큼 높았다.
"오늘 왜 이렇게 잘 풀리지?"
은하는 일부러 크게 웃었다.
은하도 진심으로 궁금했다.
오늘은 능력을 별로 쓰지 않았다.
행운 한 번의 값이 얼마나 비싼지,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그 값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으니까.
그러니 오늘의 연승은 대부분이 운이었다.
은하는 그게 조금 신났다.
거저먹는 행운이라니. 이런 날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칩을 끌어당기는 순간이었다.
턱.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가씨. 손버릇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어느새 덩치 큰 사내 다섯이 테이블을 에워싸고 있었다.
"여덟 판 연속? 그게 말이 돼?"
"판돈 다 내려놓고, 이 손목도 두고 가."
은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계산서는 생각보다 빨리 날아온다.
"확률이 좀 몰렸을 뿐인데요."
"그 확률, 지금부터 우리가 다시 계산해 주지."
사내가 주먹을 치켜드는 순간
"어? 그 판 아직 안 끝난 거 아니에요?"
느긋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입구에 웬 남자가 서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실실 웃는,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굴.
그의 시선은 사내들이 아니라 테이블 위의 칩에 꽂혀 있었다.
"와. 저거 다 합치면 얼마예요?"
"……넌 뭐야."
"지나가던 사람이요. 아, 정확히는 둘."
남자가 엄지로 자기 등 뒤를 가리켰다.
거기엔 후드를 뒤집어쓴 여자애가 남자의 등에 거의 달라붙듯 숨어 있었다.
작은 어깨가 눈에 보일 만큼 덜덜 떨리고 있었다.
사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 애 데리고 영웅 놀이야?"
남자는 대꾸 대신 고개를 살짝 돌렸다.
"하루야. 부탁 하나만 하자."
"……네, 네?"
"사람 말고. 벽."
여자애는 한참을 망설이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현 씨…… 벽은…… 안 다쳐요……?"
"응. 벽은 안 다쳐."
그리고 다시, 지금.
사내들은 들어올 때보다 훨씬 빠르게 도박장을 빠져나갔다.
누군가는 지갑을 떨어뜨리고도 줍지 않았다.
정적.
벽을 친 장본인은 자기 주먹을 내려다보더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죄, 죄송해요…… 벽한테…… 아니, 사장님한테……"
이현은 배를 잡고 웃었다.
"수리비는 걱정 마. 저기 돈 많은 분 계시잖아."
은하는 반사적으로 칩 더미를 가리켰다.
"……얼마 원해요?"
돈 냄새를 맡고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게 제일 빠른 계산이었다.
그런데 이현은 칩을 한 번 아쉽다는 듯 쳐다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오늘은."
은하는 벽을 봤다가, 울먹이는 여자애를 봤다가, 실실 웃는 남자를 봤다.
여덟 판을 이겼으면 여덟 판만큼의 불행이 와야 했다.
그런데 그 불행이, 벽 한 장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오늘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인과율은 정직하다.
그러니 이건, 공짜일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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